2018
필릭스 재우기
2018년 6월호


필릭스 재우기

글쓴이는 미국 유타주에 산다.

“엄마 부르시면 순종하며 난 매일 가장 옳은 일 행하렵니다”(어린이 노래책,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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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릭스 재우기

앤턴은 6단계로 넘어가는 컴퓨터의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앤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미로를 뚫고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형형색색의 뾰족뾰족한 장애물 위를 나는가 하면,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터널을 지나기도 했습니다.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지자 앤턴은 발을 더 빨리 쿵쿵댔습니다.

“앤턴?” 엄마가 부르셨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신 모양이었습니다.

‘하필 지금이람!’ 앤턴은 생각했습니다. 앤턴은 장애물을 하나 더 뛰어넘은 뒤 속도를 높여 터널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왜 그러세요?” 앤턴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습니다.

“필릭스한테 잠옷 입히고 동화책 좀 읽어 줄래? 엄만 주방을 치워야 하거든.”

“음 …” 고지가 바로 눈앞이었습니다! 앤턴은 마지막 남은 가시덤불 길을 돌아서, 불길을 하나 넘고, 입맛을 다시며 따라오는 괴물을 따돌렸습니다. 아! 드디어 목적지였습니다!

컴퓨터의 화면이 7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더 어려워 보였지만 앤턴은 빨리 시작하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7단계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앤턴은 멈춤 버튼을 누르고 엄마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엄마는 동생 필릭스를 안고 계셨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안 될까요? 방금 7단계로 올라왔단 말이에요!”

“엄마는 네 도움이 정말 필요해. 필릭스를 돌봐 준 다음에 한 단계 더 해도 되지 않니?”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혀엉.” 필릭스가 앙증맞은 두살배기 말투로 말했습니다.

앤턴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알겠어요.” 다시 게임을 하려면 서둘러야 했습니다.

앤턴은 필릭스를 안고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형아가 제일 좋아하는 동생이 누구게?” 앤턴은 말랑말랑한 필릭스의 배를 콕 찌르며 말했습니다. 앤턴이 필릭스의 배를 입으로 불자 필릭스가 자지러졌습니다. 앤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앤턴은 필릭스가 제일 좋아하는 공룡 잠옷을 입혀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필릭스를 침대에 눕히고 방을 나오려고 했습니다. 엄마는 필릭스에게 동화책도 읽어 주라고 하셨지만, 중요한 건 다 끝낸 터였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자기 전까지 2단계는 더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 앤턴은 셔츠가 잡아당겨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필릭스가 침대에서 기어 나와 있었습니다.

“곰돌이?” 필릭스가 물었습니다. 필릭스는 책이 든 바구니로 달려가 앞표지에 북극곰이 그려진 책을 집어 왔습니다.

“아, 필릭스, 형은 할 일이 있어!” 앤턴이 말했습니다. 필릭스는 머리 위로 책을 들어 올린 채 커다란 갈색 눈으로 앤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앤턴은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 된다고 해도 소용없겠지? 아, 알겠어.”

앤턴이 필릭스의 침대에 앉자 필릭스가 앤턴의 무릎 위로 올라왔습니다. 필릭스가 기대어 있는 동안 앤턴은 동화책의 첫 장을 펴서 읽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필릭스는 책장에 그려진 동물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이름을 대는 연습을 했습니다. “얼룸 … 말, 프아밍고, 바다 … 코끼디.”

앤턴은 다 읽은 책을 덮고 필릭스에게 담요를 덮어 주었습니다. “잘 자, 필릭스.” 앤턴은 필릭스의 이마에 뽀뽀를 한 뒤 일어나 방을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으로 걸어가는데 다시 필릭스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안아 주.”

앤턴이 미소지었습니다. “알았어. 옆으로 조금만 가 봐. 잠깐만이야.”

앤턴은 베개를 베고 누웠습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다른 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필릭스가 크게 하품을 하고 눈을 감자 앤턴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게임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