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민준이는 충분히 합당해요
2017년 1월호


민준이는 충분히 합당해요

글쓴이는 미국 콜로라도 주에 산다.

“예수님은 우리 친구 곁에 계시니”(어린이 노래책, 58쪽)

민준이가 창문 밖에 있는 구름을 쳐다보며 말했어요. “내일 비가 올 것 같아요.”

신문을 보고 계시던 할아버지도 위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대한민국 서울의 늦은 여름에 장마철이 시작된 거예요.

민준이는 일요일에 입고 갈 옷 옆에 우산을 갖다 놓았어요. “내일은 좀 일찍 출발해야겠어요.”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셨어요 “좋은 생각이구나. 낮은 지대에 있는 길이 물에 잠기면, 더 먼 길로 돌아서 걸어가야 한단다.”

“교회 건물은 괜찮을까요?” 민준이가 물었어요. 작년 장마철에는 지하층이 물에 잠겼었거든요.

“그럼.”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기도해서 나쁠 건 없지.”

“그럼 오늘 밤에는 교회를 위해서 기도할게요. 그리고 내일 교회에 안전하게 갈 수 있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민준이는 인사를 하고 자러 들어갔어요.

아침이 되자 민준이와 할아버지는 일찍 아파트에서 나왔어요. 민준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구름을 쳐다보았어요.

“신앙을 가지렴.”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민준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아파트 옆에 있는 언덕의 좁은 계단을 올라갔어요. 꼭대기에 올라서서 한숨을 돌렸어요. 공기가 너무 습해서 하얀 셔츠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버렸죠.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자 손바닥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어요. “느껴지니? 비가 오기 시작하는구나.”

할아버지와 민준이는 우산을 펼쳤어요. 다음 계단을 오르려 할 때쯤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어요.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계단이 잘 보이지 않자, 민준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계단을 보려고 노력했어요. “엄마야!” 민준이가 미끄러져서 무릎을 찧으며 소리를 질렀어요.

“다쳤니?” 할아버지가 물으셨어요. 할아버지는 몸을 기울여 민준이의 양복바지에 난 구멍을 보셨어요.

“그냥 살짝 긁힌 거예요.” 민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교회에 가면 고칠 수 있을 게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민준이와 할아버지는 남은 계단을 모두 올라 위쪽 길에 들어섰어요.

“이 위에는 바람이 더 심하구나.” 할아버지가 우산을 꽉 움켜쥐며 말씀하셨어요. 민준이는 간신히 우산을 들고 버틸 뿐이었어요.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서 민준이의 우산이 뒤집혔어요. 그 바람에 우산이 찢어져 버렸죠. 민준이의 어깨가 풀이 죽었어요.

할아버지가 우산을 씌워 주셨어요. “내 우산을 같이 쓰자꾸나. 거의 다 왔단다.”

하지만 계속 내리는 비를 둘이서 우산 하나로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교회에 거의 다다르자, 찬송가 소리가 들렸어요.

“벌써 시작했나 봐요!” 민준이는 현관으로 뛰어갔어요. 그러다가 문득 유리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았어요. 머리카락은 물에 잔뜩 젖었고, 양복바지는 찢어져 있고, 신발은 진흙투성이였죠. 민준이는 현관에서 주저하다가 계단을 도로 내려와 말했어요.

“저… 저는 들어갈 수가 없어요.”

“괜찮단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죠.

“저는 너무 젖은 데다가 더러운걸요!”

할아버지는 민준이를 바라보시고 울타리에 걸려 있는 우량계(비가 내린 양을 재는 기구)를 쳐다보셨어요.

“민준아, 비의 양을 재는 방법은 간단하단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이 얼마나 합당한지 잴 수 있겠니?”

민준이는 눈을 깜빡이며 할아버지를 쳐다보았어요.

“진흙투성이 신발에, 무릎은 긁히고, 머리도 엉망이고, 그래서 너 자신을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구나.”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더 잘 판단하는 방법을 알고 계신단다. 그분은 너의 마음을 보시고, 네가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그분의 방법으로 네가 얼마나 합당한지 재어 보렴. 다 잴 수도 없을 만큼 차고 넘칠 거야.”

민준이도 우량계를 쳐다보았어요. 빗방울이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눈금이 올라가고 있었죠. 민준이는 교회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때 마음이 얼마나 행복하고 따뜻했는지 생각해 보았어요.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구주를 사랑하는지, 또한 구주께서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도 생각해 보았어요.

민준이는 할아버지를 꼭 껴안았어요. 그리고 함께 교회 건물로 들어갔어요.

이미지
민준이는 충분히 합당해요